명예훼손죄·모욕죄의 공연성과 특정성: 대법원 판례로 본 인정 기준과 부정 기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공연성과 피해자의 특정성이 모두 필요합니다. 전파가능성 법리, 친밀한 관계와 기자 취재, 집단표시, 인터넷 아이디 사례를 대법원 판례로 정리합니다.
최종 수정 2026년 10월 20일 법령 기준읽는 시간 약 9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표현의 내용이 다를 뿐, 두 죄 모두 공연성과 피해자의 특정성이라는 공통 요건을 갖추어야 성립합니다. 아무리 심한 말이라도 퍼져 나갈 통로가 없거나,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다면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법원이 두 요건을 실제로 어떻게 판단하는지, 인정된 사례와 부정된 사례를 나누어 정리합니다.
1. 두 요건이 필요한 이유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공연성: 두 조문 모두 '공연히'라는 문언을 두고 있습니다. 명예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이므로, 그 평가를 떨어뜨리려면 표현이 사회,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알려질 수 있어야 합니다.
- 특정성: 두 조문 모두 '사람'의 명예를 보호합니다. 따라서 표현이 어느 특정한 사람을 가리키는지 알 수 있어야 그 사람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요건별 세부 내용: 사실 적시, 모욕적 표현의 판단 기준, 법정형과 고소 절차는 명예훼손죄 칼럼과 모욕죄 칼럼에서 따로 다루었고, 신문·잡지·라디오 등 출판물을 이용한 경우는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 칼럼에서 다루었습니다.
2. 공연성: 말이 퍼져 나갈 통로가 열려 있는가
(1) 기본 법리: 전파가능성 이론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대법원은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한 경우뿐 아니라, 한 사람에게 말했더라도 그 사람을 통해 널리 퍼질 수 있었다면 공연성을 인정합니다.
- 전원합의체 판결의 확인: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은 "특정의 개인 또는 소수인이라고 하더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 또는 유포될 개연성이 있는 경우라면 공연하다고 할 수 있다"는 법리를 유지했습니다(대법원 보도자료 PDF, 대법원 2020도5813 판결).
- 검사의 엄격한 증명: 같은 판결은 "특정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의 경우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전파될 가능성에 관하여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판시했습니다.
- 판단 요소: 공연성은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발언 후 실제로 퍼졌는지는 고려요소가 될 수 있으나, 같은 판결은 이를 "소극적 사정으로만 고려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행위자의 인식: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6도21547 판결은 전파가능성을 근거로 공연성을 인정하려면 행위자에게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6도21547 판결).
(2) 공연성이 인정된 사례
- 비공개 대화방에서의 1:1 대화: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은 "개인 블로그의 비공개 대화방에서 상대방으로부터 비밀을 지키겠다는 말을 듣고 일대일로 대화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대화 상대방이 대화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공연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7도8155 판결). 비밀 유지 약속만으로는 안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 친분이 없는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말한 경우: 대법원 1985. 4. 23. 선고 85도431 판결은 피해자와 같은 교회에 다니지만 비밀을 지켜줄 특별한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 피해자에 관한 말을 한 사안에서 공연성을 인정했습니다(대법원 85도431 판결).
- 여러 사람이 열람하는 온라인 게시판: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도5734 판결은 공단 임직원 모두가 열람할 수 있는 "직장의 전산망에 설치된 전자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행위가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99도5734 판결). 인터넷 게시판, 소셜 미디어, 여러 사람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에 올린 글도 같은 이유로 공연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3) 공연성이 부정된 사례
-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말한 경우: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은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 그 관계로 인하여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로서 공연성이 부정된다"고 밝혔습니다.
-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사람에게 말한 경우: 같은 판결은 상대방이 "직무상 비밀유지의무 또는 이를 처리해야 할 공무원이나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경우"도 같은 이유로 공연성이 부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수사기관이나 담당 공무원에게 진술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결론은 진술 경위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 기자가 취재만 하고 보도하지 않은 경우: 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도5622 판결은 "기자가 취재를 한 상태에서 아직 기사화하여 보도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할 것이어서 공연성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99도5622 판결).
- 소수의 가까운 사람만 있던 자리: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도7497 판결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어머니 외에 같은 건물 점포주 등 두 사람만 있던 자리에서 한 발언에 대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관계 등에 비추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로 본 원심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10도7497 판결).
- 피해자 본인에게만 전달한 경우: 공연성은 제3자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므로, 피해자 본인에게만 한 말이나 1:1 메시지는 원칙적으로 공연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는 공연성의 정의에서 나오는 해석이며, 다른 사람이 함께 볼 수 있는 경로로 보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특정성: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 있는가
(1) 기본 법리: 실명이 없어도 특정될 수 있음
- 주위 사정에 의한 특정: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1226 판결은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허위사실의 적시행위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 판단하여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1도11226 판결). 이니셜, 직함, 소속, 사건 정황만으로도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집단을 가리킨 경우
- 막연한 표시는 특정성이 없음: 대법원 2000. 10. 10. 선고 99도5407 판결은 "서울시민 또는 경기도민이라 함과 같은 막연한 표시에 의해서는 명예훼손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99도5407 판결).
- 작은 집단은 구성원 각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음: 같은 판결은 "집합적 명사를 쓴 경우에도 그것에 의하여 그 범위에 속하는 특정인을 가리키는 것이 명백하면, 이를 각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하면서, "3.19 동지회는 그 집단의 규모가 비교적 작고 그 구성원이 특정되어 있으므로" 소속 교사들 모두에 대한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 비난이 희석되면 구성원 개인에 대한 모욕이 아님: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5631 판결은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봄이 원칙"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여성 아나운서 일반을 대상으로 한 발언은 개별 피해자들에 이르러 비난의 정도가 희석된다고 보아 모욕 부분 유죄를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11도15631 판결).
- 판단 요소 정리: 결국 집단의 규모, 구성원이 특정되어 있는지, 표현이 집단 전체를 향한 것인지 특정 구성원을 겨냥한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3) 인터넷 아이디·닉네임만 드러난 경우
- 알아볼 수 없으면 특정성이 없음: 헌법재판소 2008. 6. 26. 2007헌마461 결정은 "인터넷 댓글에 의하여 모욕을 당한 피해자의 인터넷 아이디(ID)만을 알 수 있을 뿐" 주위 사정을 종합해도 그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청구인이라고 알아차릴 수 없는 경우에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알아볼 수 있으면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음: 반대로 오프라인 모임 등으로 회원들이 서로의 실명과 얼굴을 알고 있거나, 프로필에 신상 정보가 연결되어 있어 닉네임만으로도 실제 인물을 알아볼 수 있다면, 앞서 본 2011도11226 판결의 주위 사정 법리에 따라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닉네임 자체만으로 특정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는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이 부분은 사안별로 정황을 따져야 합니다.
4. 정리: 확성기와 화살표
| 구분 | 인정되는 경우 | 부정되는 경우 |
|---|---|---|
| 공연성 | 여러 사람 앞의 발언, 온라인 게시판·단체 채팅방 게시, 친분 없는 사람에게 한 말(85도431), 비밀 약속을 받은 1:1 대화(2007도8155) | 배우자·친척·친구 등 친밀한 관계, 비밀유지의무 있는 공무원 등(2020도5813), 보도 전 기자 취재(99도5622), 소수의 가까운 사람만 있던 자리(2010도7497) |
| 특정성 | 실명이 없어도 주위 사정으로 알아볼 수 있는 경우(2011도11226), 규모가 작고 구성원이 특정된 집단(99도5407) | '서울시민' 같은 막연한 표시(99도5407), 비난이 희석된 집단표시(2011도15631),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아이디(2007헌마461) |
- 공연성은 '확성기'입니다: 판례는 몇 명에게 말했는지보다 그 말이 퍼져 나갈 통로가 열려 있었는지를 봅니다.
- 특정성은 '화살표'입니다: 판례는 실명을 썼는지보다 주변 사람들이 그 표현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아챌 수 있는지를 봅니다.
- 둘 다 있어야 성립합니다: 아무리 크게 외쳐도 화살표가 가리키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면 범죄가 되지 않고, 대상이 분명해도 퍼져 나갈 통로가 없는 혼잣말에 그치면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 사건별 판단: 공연성과 특정성은 모두 구체적인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같은 말이라도 누구에게, 어떤 자리에서, 어떤 경로로 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소를 준비하거나 고소를 당한 경우에는 대화 상대방과의 관계, 당시 자리에 있던 사람, 게시 공간의 공개 범위를 보여주는 자료를 먼저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한 사람에게만 말했는데도 공연성이 인정되나요?
들은 사람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인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특정한 소수에게만 말했다는 점은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므로, 전파가능성은 검사가 엄격하게 증명해야 합니다.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받고 1:1로 대화했다면 괜찮은가요?
그것만으로 공연성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개인 블로그의 비공개 대화방에서 비밀을 지키겠다는 말을 듣고 일대일로 대화한 사안에서도 공연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단체 이름만 말했는데 그 구성원이 고소할 수 있나요?
'서울시민'처럼 막연한 표시는 특정성이 없지만, 집단의 규모가 작고 구성원이 특정되어 있으면 구성원 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0. 10. 10. 선고 99도5407 판결).
닉네임만 아는 상대에게 욕을 하면 모욕죄가 되나요?
주위 사정을 종합해도 그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다면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헌법재판소 2008. 6. 26. 2007헌마461 결정). 반대로 닉네임과 주변 정황으로 실제 인물을 알아볼 수 있다면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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