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형법 제309조): 비방할 목적, 출판물의 범위, 제310조와의 관계
신문·잡지·라디오 등 출판물로 명예를 훼손하면 형법 제309조로 가중처벌됩니다. 비방할 목적의 의미, '기타 출판물'의 범위, 사이버 명예훼손과의 구별, 제310조 적용 관계를 대법원 판례로 정리합니다.
최종 수정 2026년 10월 20일 법령 기준읽는 시간 약 9분
형법 제309조는 신문, 잡지, 라디오 그 밖의 출판물을 이용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를 일반 명예훼손죄(제307조)보다 무겁게 처벌합니다. 다만 이 죄가 성립하려면 고의 외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따로 있어야 하고, 수단도 대법원이 말하는 '출판물'에 해당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제309조의 조문과 법정형, 성립요건, 그리고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형법 제310조와의 관계를 판례로 정리합니다.
1. 조문과 법정형
형법 제309조(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방법으로 제307조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구분 | 일반 명예훼손(제307조) |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제309조) |
|---|---|---|
| 진실한 사실 적시 | 2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 3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 |
| 허위사실 적시 |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 |
| 비방할 목적 | 필요 없음 | 필요함 |
| 제310조 적용 | 제1항에 적용 | 적용되지 않음 |
- 반의사불벌죄: 형법 제312조 제2항은 "제307조와 제309조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와 기소는 가능하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절차의 자세한 내용은 명예훼손죄 칼럼에서 다루었습니다.
2. 무겁게 처벌하는 이유와 범죄의 성격
- 법익침해의 정도가 더 큼: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3048 판결은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을 무겁게 처벌하는 이유가 "사실적시의 방법으로서의 출판물 등의 이용이 그 성질상 다수인이 견문할 수 있는 높은 전파성과 신뢰성 및 장기간의 보존가능성 등 피해자에 대한 법익침해의 정도가 더욱 크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습니다(대법원 99도3048 판결).
- 추상적 위험범: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명예훼손죄를 침해범이 아니라 추상적 위험범으로 보았습니다(대법원 2020도5813 판결). 따라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 실제로 떨어졌다는 결과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고, 명예를 훼손할 위험이 있는 내용이 출판물로 공표되면 성립할 수 있다고 해석됩니다.
- 공연성: 제309조도 제307조의 죄를 출판물로 범하는 것이므로 공연성과 피해자의 특정성이 필요합니다. 출판물은 성질상 다수인이 볼 수 있어 공연성이 문제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피해자의 특정은 여전히 따져 보아야 합니다. 두 요건의 판단 기준은 공연성과 특정성 칼럼에 정리했습니다.
3. 성립요건 (1): 사람을 비방할 목적
제309조는 고의 외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건을 더 요구하는 목적범입니다.
- 의미: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6036 판결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3도6036 판결).
- 판단 기준: 같은 판결은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고려하고, 그 표현으로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를 함께 비교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공공의 이익과는 반대 방향: 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은 비방할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 있어 서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97도158 판결). 이 점이 뒤에서 볼 제310조와의 관계를 결정합니다.
4. 성립요건 (2): 신문, 잡지, 라디오 그 밖의 출판물
(1) '기타 출판물'의 기준
- 정식 등록은 필요 없지만 출판물다운 외관은 필요함: 대법원 1997. 8. 26. 선고 97도133 판결은 '기타 출판물'에 해당하려면 "등록·출판된 제본인쇄물이나 제작물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그와 같은 정도의 효용과 기능을 가지고 사실상 출판물로 유통·통용될 수 있는 외관을 가진 인쇄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97도133 판결).
- 조잡한 복사본: 같은 판결은 장수가 2장에 불과하고 제본이 조잡해 보이는 최고서 사본에 대해 "출판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외관과 기능을 가진 인쇄물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의문이 있다"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그 사본을 첨부한 유인물이 약 300부 복사되어 조합원 약 260명에게 배포된 사안이었는데도 그렇게 보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 A4 프린트물: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3048 판결은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작성되어 프린트된 A4 용지 7쪽 분량의 인쇄물"이 '기타 출판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출판물로 인정되지 않으면: 제309조가 아니라 일반 명예훼손죄(제307조)가 검토됩니다. 실제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기소되었다가 공소사실이 제307조 제2항으로 변경되어 심리된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340 판결, 판결문).
(2) 기자에게 제보한 경우
- 간접정범으로 성립할 수 있음: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도3045 판결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의 기사 재료를 그 정을 모르는 기자에게 제공하여 신문 등에 보도되게 한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0도3045 판결).
- 단순 제보는 다름: 같은 판결은 "제보자가 기사의 취재·작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자에게 허위의 사실을 알렸을 뿐인 경우"에는, 기사화를 특별히 부탁했거나 기사화가 고도로 예상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아, 국회의원에게 제보한 의사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했습니다.
(3) TV, 영화, 인터넷
- TV·영화: 조문은 '라디오'만 명시하고 있어, TV나 영화가 '기타 출판물'에 포함되는지는 학설이 나뉩니다. 이 점을 직접 판단한 대법원 판례는 확인하지 못했으며, 앞서 본 판례들이 출판물의 범위를 좁게 보고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합니다.
- 인터넷: 인터넷 게시글, 댓글, 소셜 미디어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 구조가 같음: 제70조도 제309조처럼 '비방할 목적'을 요구하고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다만 벌금 상한이 제309조보다 훨씬 높고, 2026. 7. 7.부터는 거짓 사실을 드러낸 경우 범죄로 얻은 이익을 몰수·추징하는 제4항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개정 경위는 명예훼손죄 칼럼의 사이버 명예훼손 부분에서 설명했습니다.
- 모욕은 별도 규정 없음: 정보통신망법에는 온라인 모욕을 따로 처벌하는 조항이 없어, 인터넷 모욕에는 형법 제311조가 적용됩니다(모욕죄 칼럼).
5. 위법성조각사유(제310조)와의 관계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 제309조에는 적용되지 않음: 대법원 97도158 판결은 "형법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 형법 제309조 제1항 소정의 행위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하고 그 목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행위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 공익에 관한 사실이면 비방할 목적이 부정됨: 같은 판결은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 목적은 부인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습니다. 2003도6036 판결도 같은 취지에서, 이 경우 "비방 목적을 요하지 않는" 제307조 제1항의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와 제310조에 의한 위법성 조각 여부가 문제된다고 보았습니다.
- 실제 결론: 97도158 판결은 이 법리에 따라, 공소사실이 제307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오로지 공공의 이익'의 의미: 같은 판결은 이를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주요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허위사실은 여전히 제외: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제307조 제1항에만 적용되므로,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이 항변을 쓸 수 없습니다.
6. 정리: 고소를 준비하는 분과 고소를 당한 분에게
- 고소를 준비하는 피해자: 문제의 표현이 실린 신문·잡지·방송 원본이나 사본, 발행일과 배포 범위를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출판물로 보기 어려운 유인물이라면 제307조로, 인터넷 게시물이라면 정보통신망법 제70조로 죄명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매체의 형태를 정확히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고소를 당한 피의자: 해당 매체가 판례상 '출판물'의 외관과 기능을 갖추었는지,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서 비방할 목적이 부정되는지, 진실한 사실인지를 차례로 따져 보아야 합니다. 비방할 목적이 부정되면 제307조 제1항과 제310조의 문제로 넘어가 처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반의사불벌죄라는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므로,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와의 관계와 합의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실무상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A4 용지에 인쇄해서 나눠준 유인물도 '출판물'인가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 프린트한 A4 용지 7쪽 분량의 인쇄물은 형법 제309조의 '기타 출판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3048 판결). 이 경우에는 일반 명예훼손죄(제307조)가 검토됩니다.
출판물 명예훼손에도 '공공의 이익' 항변이 통하나요?
형법 제310조는 제309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이 부정되므로, 그때는 제307조 제1항의 성립 여부와 제310조에 의한 위법성 조각 여부를 따지게 됩니다(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
기자에게 제보만 했는데 기사가 나가면 출판물 명예훼손죄가 되나요?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의 기사 재료를 그 정을 모르는 기자에게 제공해 보도되게 했다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반면 기사 취재·작성과 직접 관련 없는 사람에게 알렸을 뿐이라면, 기사화를 특별히 부탁했거나 기사화가 고도로 예상되는 사정이 없는 한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도3045 판결).
인터넷 게시글에도 제309조가 적용되나요?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에 비방할 목적이 있으면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별도로 규정하고 있어 그 조항이 적용됩니다. 비방할 목적이 없으면 형법 제307조가 검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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