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 명예훼손죄(형법 제309조)의 공범 문제: 제보자의 간접정범 책임과 처벌불원 의사의 개별 효력
기자에게 허위 제보를 한 사람도 출판물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을까요? 제보자의 간접정범 책임과 그 한계, 공범 일부와만 합의한 경우의 효력을 대법원 판례로 정리합니다.
최종 수정 2026년 10월 24일 법령 기준읽는 시간 약 7분
신문이나 방송에 실린 기사로 명예를 훼손당했을 때, 피해자가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기사를 쓴 기자입니다. 그러나 형사책임은 기사를 쓴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허위의 기사 재료를 제공한 제보자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형법 제309조)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범위에 한계를 두고 있고, 여러 사람이 함께 범한 경우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사람마다 따로 효력이 있다고 봅니다. 이 글은 이 두 가지 공범 문제를 판례로 정리합니다.
1. 먼저 볼 두 조문
형법 제309조(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방법으로 제307조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12조(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① 제308조와 제311조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② 제307조와 제309조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 제309조: 비방할 목적과 '출판물'이라는 수단이 필요한 가중 구성요건입니다. 비방할 목적의 의미, 출판물의 범위, 제310조와의 관계는 출판물 명예훼손죄 칼럼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 제312조: 사자명예훼손죄(제308조)와 모욕죄(제311조)는 고소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이고, 일반 명예훼손죄(제307조)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제309조)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이 차이가 뒤에서 볼 공범 사이의 효력 문제를 가릅니다.
2. 기자에게 제보한 사람: 간접정범 책임
(1) 정을 모르는 기자를 이용한 경우
- 간접정범으로 성립: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도3045 판결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간접정범에 의하여 범하여질 수도 있으므로",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의 기사 재료를 그 정을 모르는 기자에게 제공하여 신문 등에 보도되게 한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0도3045 판결). 간접정범은 처벌되지 않는 사람을 도구처럼 이용해 범죄를 실현한 사람을 정범에 준해 처벌하는 제도입니다(형법 제34조).
- 편집인의 게재 권한은 방패가 되지 않음: 대법원 1994. 4. 12. 선고 93도3535 판결은 기사 게재 여부가 "오로지 당해 신문의 편집인의 권한에 속한다고 할 것이나", 편집인이 게재한 이상 "이 기사의 게재는 기사재료를 제공한 자의 행위에 기인한 것이므로" 재료를 제공한 자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93도3535 판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내용을 진실로 믿은 기자로 하여금 허위기사를 게재하도록 한 피고인의 유죄를 유지했습니다.
- 그래도 필요한 요건: 제보자에게도 비방할 목적과 허위라는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2000도3045 판결도 피고인의 비방할 목적과 허위 인식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본 뒤에, 아래 (3)의 이유로 출판물 부분을 파기했습니다.
(2) 기자가 허위임을 알고 보도한 경우
- 간접정범이 아니라 공범 문제: 기자가 내용이 허위임을 알면서 보도했다면 기자는 '정을 모르는 도구'가 아니므로 간접정범의 구조가 맞지 않습니다. 이때에는 공범론의 일반 원칙에 따라, 제보자와 기자가 함께 기사화를 모의했다면 공동정범(형법 제30조), 제보자가 기자에게 허위기사를 쓰도록 마음먹게 했다면 교사범(형법 제31조)이 검토된다고 해석됩니다.
- 판례 확인 범위: 이 경우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관해 직접 판시한 대법원 판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형법 총칙의 일반 법리에 따른 해석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3) 기자가 아닌 사람에게 알린 경우
- 원칙: 출판물 책임을 묻기 어려움: 2000도3045 판결은 제보자가 기사의 취재·작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람에게 허위의 사실을 알렸을 뿐이라면, "제보자가 피제보자에게 그 알리는 사실이 기사화 되도록 특별히 부탁하였다거나 피제보자가 이를 기사화 할 것이 고도로 예상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 실제 사안: 이 사건에서 제보 자료는 다른 사람을 거쳐 국회의원에게 전달되었고, 그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내용을 공개한 다음 날 일간지에 보도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유죄로 본 원심을 위법하다고 보아 파기했습니다.
- 예외: 제보자가 기사화를 특별히 부탁했거나, 상대방이 기사화할 것이 고도로 예상되는 사정이 있으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어떤 사정이 '고도로 예상되는' 경우인지는 상대방의 직업과 지위, 제보 경위, 전달한 자료의 형태 등을 종합해 판단될 것입니다.
- 제307조가 남을 수 있음: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들은 사람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고 제보자가 그 위험을 용인했다면 일반 명예훼손죄(제307조)가 문제될 수 있다고 해석됩니다. 다만 2000도3045 판결이 이 점을 직접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한 사람에게 한 말이 언제 공연성을 갖는지는 전파가능성 이론 칼럼에서 판례로 정리했습니다.
3. 공범 중 일부와만 합의한 경우: 고소불가분 원칙이 적용되지 않음
(1)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의 차이
- 친고죄의 고소불가분: 형사소송법 제233조는 친고죄의 공범 중 한 사람에 대한 고소나 고소취소가 다른 공범자에게도 효력이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범이 있는 모욕죄나 사자명예훼손죄에서 피해자가 한 사람에 대해서만 고소를 취소하면 다른 공범에게도 효력이 미칩니다. 모욕죄의 고소 절차는 모욕죄 칼럼에서 설명했습니다.
- 반의사불벌죄에는 준용 규정이 없음: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3항은 고소취소에 관한 규정을 반의사불벌죄의 처벌희망 의사 철회에 준용하지만, 제233조의 고소불가분 원칙은 반의사불벌죄에 준용하지 않습니다.
(2) 대법원 93도1689 판결
- 사안: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함께 기소된 공범들 가운데, 피해자들은 다른 공범 두 사람에 대해서만 처벌희망 의사를 철회했습니다. 원심은 반의사불벌죄에도 고소불가분 원칙이 준용된다고 보아 나머지 공범인 피고인에 대해서도 철회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도1689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233조에서 고소와 고소취소의 불가분을 규정하면서 "반의사불벌죄에 이를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은" 처벌불원 의사표시나 처벌희망 의사표시의 철회에 관하여 "그 공범자간에 불가분의 원칙을 적용하지 아니하고자 함에 있다고 볼 것이지, 입법의 불비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93도1689 판결).
- 결론: 대법원은 원심에 반의사불벌죄의 처벌희망 의사 철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다른 공범에 대한 철회의 효력은 피고인에게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3) 실무상 의미
- 피해자 입장: 피해자는 공범마다 처벌 여부를 따로 정할 수 있습니다. 반성하고 피해를 회복한 공범에 대해서만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고, 나머지 공범에 대해서는 처벌을 계속 원할 수 있습니다.
- 피의자·피고인 입장: 다른 공범이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사실만으로 내 사건이 끝나지 않습니다. 처벌불원 의사를 받으려면 합의서나 처벌불원서에 내 이름이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기한: 처벌불원 의사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밝혀야 하고, 한 번 밝히면 다시 처벌을 원할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절차의 자세한 내용은 명예훼손죄 칼럼에 정리했습니다.
4. 정리
- 누구를 이용했는가: 허위 기사 재료를 정을 모르는 기자에게 넘겨 보도되게 한 제보자는 간접정범으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반면 기사 작성과 무관한 사람에게 알렸을 뿐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죄의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 피해자가 누구를 용서했는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고소불가분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그 의사를 표시한 상대방 공범에게만 효력이 있습니다.
- 상담 시 준비할 자료: 제보 경위를 보여 주는 메시지·이메일, 기자나 상대방에게 전달한 자료, 보도된 기사 원본, 공범별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두면 책임 범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기사는 기자가 썼는데 제보자도 출판물 명예훼손죄로 처벌되나요?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의 기사 재료를 그 정을 모르는 기자에게 제공해 보도되게 한 경우 간접정범으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도3045 판결). 기사 게재 권한이 편집인에게 있다는 사정만으로 제보자가 책임을 면하지도 않습니다(대법원 1994. 4. 12. 선고 93도3535 판결).
기자가 아닌 사람에게 말했는데 그 사람이 언론에 공개했다면요?
원칙적으로 제보자에게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기사의 취재·작성과 직접 관련 없는 사람에게 알렸을 뿐이라면, 기사화를 특별히 부탁했거나 기사화가 고도로 예상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0도3045 판결).
공범 중 한 사람과 합의하면 다른 공범도 처벌을 면하나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반의사불벌죄에는 친고죄의 고소불가분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피해자가 일부 공범에 대해서만 처벌희망 의사를 철회했다면 그 효력이 다른 공범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도1689 판결).
법률사무소 로앤에셋
- 김정웅 변호사 ·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 대한변호사협회 형사법전문등록변호사 · 세무사
- 검수
- 김정웅 변호사 · 2026년 10월 24일
- 법령 기준일
- 2026년 10월 24일
광고책임변호사: 김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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