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모욕이 될까: 합성 사진·이미지로 하는 시각적 모욕죄의 성립 요건
욕설 없이 합성 사진이나 이미지만 올려도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2도4719 판결의 개 얼굴 합성 사건을 중심으로 시각적 모욕의 판단 기준과 공연성, 피해자·피의자의 대응 방법을 정리합니다.
최종 수정 2026년 10월 24일 법령 기준읽는 시간 약 9분
특정인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합성하거나 악의적으로 편집한 이미지를 SNS나 커뮤니티에 올리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이런 경우 "욕을 한 것도 아닌데 문제가 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대법원은 말이나 글이 아닌 사진·영상 같은 시각적 수단만으로도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합성 이미지라고 해서 곧바로 모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함께 밝혔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법원 2022도4719 판결을 중심으로 시각적 모욕의 판단 기준과 대응 방법을 정리합니다.
1. 모욕죄의 기준: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표현인가
형법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모욕의 정의: 대법원은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7도2661 판결).
- 보호법익: 모욕죄가 보호하는 것은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 즉 외부적 명예입니다. 피해자가 주관적으로 느낀 불쾌감(명예감정)이 아니라,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지가 기준입니다.
- 판단 방법: 대법원은 당사자들의 관계,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방법,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모욕죄의 일반적인 성립요건과 고소 절차는 모욕죄 칼럼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무례함과 모욕은 다릅니다
대법원 2017도2661 판결은 노동조합 사무장이 노사 관계자 140여 명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보다 15세 많은 회사 부사장의 이름을 부르며 "야 ○○아, ○○아, ○○이 여기 있네, 너 이름이 ○○이 아냐, 반말? 니 이름이 ○○이잖아, ○○아 좋지 ○○아 나오니까 좋지?"라고 말한 사안을 다루었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발언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표현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부사장]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유죄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 판시 문구: 대법원은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 의미: 이 판결은 대법원 2015도2229, 2015도6622 판결과 같은 기준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기분 나쁜 표현을 모두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정도에 이르러야 모욕죄가 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이 기준은 시각적 표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2. 말이 아닌 사진도 모욕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2도4719 판결
(1)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피해자가 나온 방송 영상을 올리면서 피해자의 얼굴에 '개' 얼굴을 합성했다는 이유로 모욕죄로 기소되었습니다.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11. 선고 2020고단5720 판결)과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4. 14. 선고 2021노154 판결)을 거쳐, 대법원은 2023. 2. 2.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도4719 판결).
(2) 시각적 수단만으로도 모욕죄가 성립한다
- 수단의 무제한성: 대법원은 "모욕의 수단과 방법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언어적 수단이 아닌 비언어적·시각적 수단만을 사용하여 표현을 하더라도 그것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 기술 발전에 대한 인식: 대법원은 "최근 영상 편집·합성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합성 사진 등을 이용한 모욕 범행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라고 지적했습니다.
- 가벌성의 동일성: 이어서 "시각적 수단만을 사용한 모욕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는 피해나 범행의 가벌성 정도는 언어적 수단을 사용한 경우와 비교하여 차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판결이 직접 다룬 것은 합성 사진과 영상이지만, 같은 논리라면 캐리커처, 밈(meme) 이미지, 이모티콘, 딥페이크 영상처럼 말이나 글 없이 경멸의 뜻을 전달하는 표현도 모욕죄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3) 그러나 이 사건의 개 얼굴 합성 부분은 무죄로 확정되었습니다
이 판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결론입니다. 원심은 개 얼굴 합성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고,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여 그 결론을 유지했습니다.
- 무죄 결론의 이유: 대법원은 영상 전체를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 동물 그림을 사용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다소 해학적으로 표현하려 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도 상당"하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는 있지만,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모욕적 표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 원심 근거에 대한 지적: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개'라고 지칭하지 않았다는 점, 효과음이나 자막을 쓰지 않았다는 점을 무죄의 근거로 든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말이나 자막이 없어도 시각적 수단만으로 모욕이 성립할 수 있다는 앞의 법리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무죄라는 결론 자체는 수긍했습니다.
(4) 판결이 주는 시사점
- '합성 사진이면 곧 모욕'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시각적 모욕의 가능성을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실제 사건에서는 영상 전체의 맥락, 합성의 목적(예컨대 얼굴을 가리기 위한 것인지), 해학적 표현인지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했습니다.
- '말이나 자막이 없었으니 괜찮다'도 아닙니다: 반대로 피고인 측이 "욕을 하지 않았다", "자막을 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무죄를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이 이런 근거를 명시적으로 배척했기 때문입니다.
- 구체적 판단 요소: 결국 합성물이 어떤 대상(동물, 오물, 범죄자 사진 등)과 결합되었는지, 반복적·의도적으로 조롱하는지, 함께 붙은 제목이나 댓글 유도가 있는지, 게시된 공간과 조회 범위가 어떠한지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3. 공연성과 위험성: 온라인 게시물의 특성
(1) 현실적인 명예 실추가 없어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9674 판결은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가 현실적으로 침해되거나 구체적·현실적으로 침해될 위험이 발생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6도9674 판결). 학계와 실무에서는 이런 성질을 들어 모욕죄를 '추상적 위험범'이라고 설명합니다. 합성 사진을 본 사람들이 실제로 피해자를 낮게 평가하게 되었는지를 피해자가 따로 증명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2) 온라인 게시는 공연성이 쉽게 인정됩니다
- 전파가능성 법리: 대법원은 특정 소수에게 전달했더라도 그들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이 법리와 공연성이 부정된 사례는 공연성과 특정성 칼럼에서 정리했습니다.
- 디지털 이미지의 특성: 이미지는 캡처와 공유가 쉬워 한 번 게시되면 원래 의도한 범위를 넘어 빠르게 퍼집니다. 공개 SNS,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여러 사람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에 올린 합성 사진은 실무상 공연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피해자 특정: 합성 사진은 피해자의 얼굴 자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름을 밝히지 않았더라도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특정되기 쉽습니다.
4. 함께 검토해야 할 다른 법률 문제
- 성적 합성물(딥페이크):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사람의 얼굴·신체 등을 합성하거나 이를 반포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가 적용되어 모욕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됩니다.
- 허위사실과 결합된 합성물: 합성 이미지가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했다"는 구체적 사실을 드러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모욕죄가 아니라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온라인의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사실 적시와 의견 표현의 구별은 명예훼손죄 칼럼에서 설명했습니다.
- 민사상 책임: 형사처벌과 별도로, 동의 없이 얼굴을 사용하거나 조롱하는 합성물을 게시하면 초상권·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민법 제750조, 제751조)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5. 대응 방법: 피해자와 피의자 각각의 관점
(1) 피해를 입은 분
- 증거 보존: 게시물 화면 전체(게시자 표시, 게시 일시, 주소(URL), 조회수·댓글 포함)를 캡처하고, 영상이라면 화면 녹화도 남겨 두어야 합니다. 원본 이미지나 영상 파일을 내려받아 두면 삭제된 뒤에도 내용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 경멸적 의미의 구성: 시각적 모욕은 말보다 해석의 여지가 넓습니다. 합성된 대상이 무엇인지, 어떤 맥락에서 게시되었는지, 제목이나 댓글로 어떤 의미가 덧붙여졌는지를 정리하여 그 이미지가 객관적으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고소기간: 모욕죄는 친고죄이므로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합니다(형법 제312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
- 확산 차단: 고소와 별도로 플랫폼에 게시물 삭제나 임시조치를 요청하는 절차를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절차는 모욕죄 칼럼의 온라인 대응 부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 고소를 당한 분
- 표현의 성격 검토: 문제된 이미지가 단순히 무례하거나 풍자적인 수준에 그치는지, 아니면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모욕에 해당하는지를 영상이나 게시물 전체의 맥락에서 따져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 2022도4719 판결처럼 해학적 표현으로 볼 여지가 있는지도 중요한 검토 대상입니다.
- 주의할 점: "욕을 하지 않았다", "자막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충분한 방어가 되기 어렵습니다. 공연성, 피해자 특정, 표현의 목적과 맥락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 위법성 조각 여부: 공적 인물이나 공적 사안에 대한 비판의 일부로 이미지가 사용되었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형법 제20조)로 볼 수 있는지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6. 정리
이미지 한 장, 합성 영상 하나로도 모욕죄의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합성물이라는 형식보다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같은 합성 사진이라도 맥락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분쟁을 겪고 계신다면 게시물과 맥락에 관한 자료를 갖추어 변호사와 함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욕설 없이 사진만 합성해서 올려도 모욕죄가 되나요?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모욕의 수단과 방법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비언어적·시각적 수단만 사용하더라도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전달하면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도4719 판결).
얼굴에 동물 사진을 합성하면 무조건 처벌되나요?
아닙니다. 같은 판결에서 대법원은 유튜브 영상 속 피해자 얼굴에 개 얼굴을 합성한 부분을 무죄로 본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영상 전체로 보아 얼굴을 가리면서 부정적 감정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성적인 합성물이라면 어떤 법이 적용되나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사람의 얼굴 등을 합성하거나 반포하면 모욕죄보다 훨씬 무거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가 문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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